UPDATED. 2024-04-25 18:30 (목)
(10)'배보다 큰 배꼽'..은행·보험·카드사 수수료만 4년간 28조
(10)'배보다 큰 배꼽'..은행·보험·카드사 수수료만 4년간 28조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7.07.09 20:0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 6.3조' 도 넘은 수수료 장사에 정부, 칼 빼나? 文 대통령, 카드사 수수료-보험사 실손보험료 인하 공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 메세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 기자] # 한 부동산신탁사가 재개발조합에 5%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이 회사는  서울시내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일반분양 물권을 임대주택용으로 인수하는 조건으로 인수가격 별도의 수수료를 달라고 했다. 수수료율이 턱없이 높은데다, 사업 리스크를 덜기 위해서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취지가 궁색하다.  조합이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아 결국 이 딜은 결렬됐다.  금융회사들이  각종 수수료를 요구하는 이런 현장 관행은 심심찮게 발견된다.

# 지난 해 한  건설사는 증권사에서 부동산PF 관련 유동화자금을 조달하려다 자문·주선수수료 등 각종 명목의 수수료를 떼가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조달 막판까지 금융 조달하는게 쉽지 않아 궁지에 몰리자 각종 수수료를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찬스를 놓치지 않고 물어뜯는 하이에나와 같았다”고 토로했다.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PF수익이 개인 보너스와 직결되다 보니 수수료 수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사들, 수수료 명목으로 과도한 수익.. 보험사, ‘중도상환 수수료’ 고수익 챙겨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과도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은행은 전체적인 송금 수수료율을 인하해 놓고 면제 대상을 줄이는 꼼수로 소비자를 기만, 오히려 수익을 늘렸고, 보험사는 중도해지가 많은 특성을 이용해 ‘중도상환 수수료’로 고수익을 챙겼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9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 보험사, 카드사가 각종 수수료로 거둬들인 수익은 최근 4년여 동안 2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기 별로는 2013년 6조5615억원, 2014년 6조4321억원, 2015년 6조5186억원, 2016년 6조5105억원, 2017년 1분기 1조7223억원이다. 연평균 6조원 이상을 수수료 명분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운 셈이다.

특히 16개 국책·시중·지방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이 27조2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같은 기간 이들 은행이 거둔 수수료는 2013년 6조4384억원, 2014년 6조3081억원, 2015년 6조3684억원 2016년 6조3617억원, 2017년 1분기 1조6987억원이다.

은행들이 금감원에 신고한 수수료 항목은 송금, 추심, 방카슈랑스·수익증권 판매, 대여금고, 대출 조기상환, 자동화기기(ATM), 자산유동화, 외환 등 20여 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다수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송금·ATM 수수료는 2011년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수수료 면제·인하 대상을 대폭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보전했기 때문이다. 수수료율 인하 이후 오히려 수익이 늘어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KEB하나은행, 송금수수료 수익 2015년 130억서 지난해 172억으로 32% 올라

대표적으로 KEB하나은행의 송금 수수료 수익은 2015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172억원으로 32%나 올랐다. 올해 1분기에만 50억원의 수익을 늘렸다. 또 2015년 98억원이던 ATM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78억원으로 82% 뛰었다. 올해 1분기에는 39억원을 거둬들였다.

카드사는 주로 가맹점 결제를 통해, 보험사는 가계대출 중도상환을 주 수익원으로 삼았다. 전업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013년 739억원에서 지난해 889억원으로 증가했다. 4년간 거둔 수수료 수익은 3253억원에 이른다. 삼성카드가 107억원에서 131억원으로 수익이 가장 많이 늘었다.

신한카드의 수익도 같은 기간 156억원에서 164억원으로 올랐다.보험사 중도상환 수수료 수익 역시 2013년 492억원에서 지난해 599억원으로 뛰었다. 이 중 삼성생명 중도상환 수수료 수익은 2013년 114억원에서 작년에는 150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화재도 같은 기간 66억원에서 92억원으로 수익이 증가했다.

기업들은 금융사들이 이런 취급수수료, 자문·주간수수료, 계좌관리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대출금액의 약 3~5%까지 받고 있다.  과거 대출금리가 7~8%대로 높았을 때는 수수료 부담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저금리 상황에서 수수료 총액이 이자금액을 넘어서는 것은 마치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다.

금융사들의 ‘수수료 챙기기’는 기업 뿐 아니라 개인도 해당한다. 한 은행은 자동화기기 이체시 건당 1000원으로 올렸다. 다른 은행도 지난달 외화 송금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면서 수수료 구간을 인상했다.

금융사들, "최소한 건전성 유지 위해 어느 정도 수수료 현실화-비이자 수익확대 불가피"

이처럼 금융사들이 수수료 사업에 매진하는 것은 저금리로 수익성이 예전같지 않아서다. 근년들어 국내 은행권의 예대금리(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역대 최저 수준인 1%포인트대에 진입했다.금융사들은 최소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수수료 현실화와 비이자 수익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금융당국도 이런 논리를 의식해 수수료 책정의 자율권을 금융사에 줬다.선진국 금융사들도 수수료를 주요 수익으로 하는 투자은행(IB)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유로 재정위기와 바젤Ⅲ 규제 등을 겪은 유럽계 은행들은 자산성장 전략을 탈피하고 수수료 중심 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 은행과 달리 관행적으로 수수료를 물리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나 개인에 비해 금융사의 문턱이 높고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너무 손쉽게 돈을 벌려 하고, 당국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수수료를 명분으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금융당국이 수수료율을 시장 자율에 맡겨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 등에서 꾸준히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정작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제재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이들 금융사의 과도한 수수료 수익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 카드사 가맹점수수료 등 인하 공약 후 국정기획자문위 국정과제로 제시

문재인 정부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도 추진하고 있다. 영세·중수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기준을 2억에서 3억원으로, 3억에서 5억원으로 확대된다. 연매출 5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 대한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 1.3%를 1%로 점진적 인하한다.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해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도 향후 점진적 낮출 방침이다. 또한 약국, 편의점, 빵집 등에도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민간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고 신혼부부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회생신청 비용 저리 대여 제도도 추진된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카드사 가맹점수수료와 보험사 실손 의료보험료 인하를 공약한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 공약을 국정과제로 다루기로 했다. 박 의원은 “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높기 때문에 카드수수료와 보험료뿐 아니라 은행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인지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4일 "가격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서민의 금융 부담 측면을 같이 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용진 의원은 "특히 은행들 수수료 수익이 높은 만큼, 카드수수료와 보험료뿐 아니라 은행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인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부가서비스 축소, 실손 보험료 인하는 실손보험 판매 중단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과 AIG손보 등 외국계 보험사들에 이어 국내 중·소형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관련제도 정비까진 '진통' 예상..정부가 일방 결정시 시장참여자들 이해갈등 '골' 깊어져 

결국 실제 관련제도가 정비되기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사들은 소비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질 저하 등을 핑계로 수수료율 인하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사 수수료율을 낮출 경우 원가 이하 저축 상품이나 보험 상품 등을 없애는 등 수익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신용카드시장 참여자들의 이해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는 점이다. 영세가맹점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율의 추가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카드사들의 경우에는 카드업 존폐가 우려될 만큼 수익성 저하를 걱정한다. 사회적 약자인 영세가맹점을 배려하는 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믈론 무턱대고 신용카드 시장의 주요 가격중의 하나인 가맹점 수수료율 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보다 신용카드 역사가 앞선 미국, 유럽의 경우에도 가맹점 수수료율 결정에 정부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장 비효율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즉, 카드사들의 지나친 수수료율 인상 등 가격횡포에 맞서 소비자 또는 가맹점 스스로 집단손해배상 청구가 손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반독점법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카드사들의 가격담합을 통한 수수료율 인상 가능성을 통제한다. 무엇보다 가맹점의 협상지위를 강화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정부정책의 무게감이 쏠려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시장 컨센서스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율이 결정될 수 있도록 정부의 간접적 시장 통제기조와 정책보완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규정의 개선, 집단소송 간소화 제도 등의 도입, 전표매입시장의 독점화 경향 해소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정권교체, 경기침체 등 굵직굵직한 정치경제적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가맹점 수수료율 결정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경영합리화로 수익성 제고-금융거래 절차 및 비용 먼저 효율화해야 

금융사들이 스스로 수수료를 만들고 책정하는 풍토는 선진국을 참고할 때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금융권은 경영합리화로 수익성을 높이고 금융거래 절차와 비용을 먼저 효율화해야 하는 게 설득력을 가진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당국은 수수료와 보험료 등 가격은 시장원리에 따라 정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가격 결정을 시장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인 가격개입 정책을 펼 지 주목한다. 문 대통령이 카드사 가맹점수수료와 보험사 실손 의료보험료 인하를 공약하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미 이들 대선 공약 실현 방안을 제시해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국제 수수료가 올라가면 최근 수익성 악화를 겪는 국내 카드사들은 어떤 형태로든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조치이고 합리적인 근거나 정보 제공 없는 갑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조연행 금소연 상임대표는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여러 수수료를 제시하는 금융사 중 최적의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핀테크기업부터  모험자본 등 다양한 금융상품과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금융사들이 수수료에 걸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야 기업과  소비자들은 수수료가 아깝지 않게 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