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공기업을 비롯한 금융권 수장들의 교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명박(MB) 정부 때 금융권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상촌회(尙村會)'의 이름이 다시 나오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특히 7년 전 발생한 '신한사태'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돌고 있다.이 과정에서 신한금융지주 안팎에서 주류와 비주류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상촌회가 거론되는 것이 특징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특히 내달 7일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계기로 신한사태의 직ㆍ간접 당사자들인 전ㆍ현직 경영진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어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 눈길을 끈다.신한금융그룹은 신한사태로 불거졌던 조직 내 갈등을 털고 일어서려고 하는 화해의 장이 됐으면 하는 기대이지만, 신경을 쓰는 눈치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2일부터 '존경하는 신한 가족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이 SNS와 휴대전화 등을 통해 확산했다.이 글에서는 지난 2010년 9월 발생한 신한사태가 상촌회라는 배후 세력과 일부 출세 지향적인 직원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언급돼 있다.
상촌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경북 상주 출신 인사로 구성된 친목단체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졌다.이 글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신한사태 피해자 명예회복 추진위원회'는 대법원의 판결로 사법적 판단은 마무리됐지만,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해 신한인의 양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달 7일 열리는 고 이희건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음악회가 신한사태 당사자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창업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신한금융 측은 떠돌고 있는 글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면서 ‘지라시’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다만, 큰 행사를 앞두고 있어 어떤 영향을 줄 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내달 열리는 음악회엔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행장을 비롯해 한동우 고문은 물론 일본 주요 주주 등 200명 넘는 인사가 참석한다. 이른바 '신한사태'의 당사자들이 법정이 아닌 곳에서 함께하는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번 행사를 앞두고 조용병 회장은 전직 경영진과 주요 주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참석을 요청하기도 했다.한 신한금융 전직 인사는 "이번 글을 주변 사람들과 최대한 많이 공유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많은 신한인과 문제의식을 함께하기 위함"이라며 "신한의 새 출발만을 강조하며 잘못된 과거에 대한 사과 없이 덮기만 하는 것은 조직의 발전을 위한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상촌회는 경북 상주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친목단체로 과거 MB정권 당시 정치·법조·금융 등 각계각층 인사를 망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촌회'란 명칭의 유래는 '상주 촌놈들의 모임'이라는 설과 '상주와 인근 지역인 점촌(경북 문경시 점촌동)을 합친 이름'이라는 설 등이 분분하지만 분명치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현 YTN 사장) 등이 경북 상주 출신이면서 '상촌회' 멤버로 알려져 있다. 정권 실세와 연결돼 있는 모임인 만큼 뒷말도 많았다. 금융권 인사 때마다 "상촌회가 누구를 민다더라" "상촌회가 정치인 누구를 후원한다더라"같은 뒷담화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