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기자] '금융계의 동키호테'로 불리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또 다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증인은 특검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한마디로 정말 정신 나간 주장입니다…(중략)'라고 진술했나요?", "네."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공소유지에 참여한 김민형 검사의 질문에 증인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긍정의 답변을 내놓자, 피고인인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잠시 주전 대표에게 잠시 시선을 고정했다.
불편한 기색을 언뜻 내비쳤으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내내 차분했다. 첫 공판 때 자리를 찾지 못해 머뭇거렸던 것과 달리 이날은 성큼성큼 피고인석을 찾아갔고, 재판 도중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오후 4시 14분까지 2차례 휴정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차례 입을 열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모두 주 전 대표의 신문을 마친 뒤 재판부가 "피고인들이 직접 물어볼 것이 있나"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은 '비선 실세' 최순실(61)씨도 마찬가지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똑같이 답했다.
두 번째로 법정에서 조우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로 눈길도마주치지 않은 채 정면을 바라보거나 각자의 변호인과 대화하며 재판에 임했다.
오후 재판이 길어져 휴정했을 때 최씨는 한발 먼저 법정을 나서는 박 전 대통령 쪽으로 시선을 향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선 2차례의 공판에서와 똑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구치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집게와 핀을 이용해 머리카락을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 형태로 고정했고, 남색 정장과 구두 차림이었다.
오후 재판이 시작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방청석 앞줄에 앉아있던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맞이했다.
한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29일 ‘삼성그룹 합병을 돕는 것이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는 취지의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을 두고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법정에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특검 조사 때 한 진술을 (묻기에) ‘그렇게 했다’고 한 것”이라고 바로 잡았다.
주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오늘 법정에서 ‘정신 나간 소리다’, 이렇게 말씀하신 게 맞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법정에서 그렇게 얘기한 게 아니라 특검에서 조사를 할 때 (정신 나간 소리라고) 말했다”면서 “그때 ‘정신 나간 소리’라고 말한 것을 그렇게 했느냐(고 물어서), ‘그렇게 했다’고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순간에 박 전 대통령이 혹시 주 전 대표를 쏘아봤나’는 물음엔 “제 앉은 자리 오른쪽 뒤쪽에 있으셔서 저는 박근혜 피고인이 어떻게 하는지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의 변론에 대해선 “저는 그 사람들의 반론의 취지나 요지를 잘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왜냐하면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있는 거 아니냐’, ‘주가는 그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자꾸 하는데 그런 것은 사실은 쟁점이 아니다. 전혀 쟁점이 아닌 얘기를 갖고 쓸데없이 왜 그런 것들을 물어보는지 좀 의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