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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선언, 급한 일인가
'비정규직 제로’선언, 급한 일인가
  • 류동길
  • 승인 2017.05.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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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행사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은 “올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함해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은 로봇도입을 통해 인력을 줄이려던 계획을 접은 것이다. 정규직 전환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쉬운 일이었는가.
 
  인천공항은 출발 때부터 기본 고용형태가 정부의 권장에 따른 아웃소싱이었고 이는 인천공항 흑자행진의 주요요인이었다. 현재 인천공항 정규직은 1284명, 여기에 비정규직 1만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 경영상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정규직 전환은 인천공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공공기관에 관련될 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건 분명하다. 곳곳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비정규직의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고임금 구조를 그대로 두고 비정규직만 없애라면 흑자는 감소하고 적자는 누적돼 결국 국민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다. 더욱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아니지 않은가.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이 차별대우를 받는 건 옳지 않다. 부당한 차별을 바로 잡는 일에 반대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직무와 급여체계가 전혀 다른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이와는 다른 문제다. 비정규직이 겪는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선의(善意)로 포장된 정책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이 없다.
 
  일시적으로 일거리가 늘어 노동력이 필요한 경우 계약직을 쓰거나 건물관리와 청소 등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다.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이 없는 상황에서 저임금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개혁을 통한 대기업·공기업 노조의 양보,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 확보가 앞서야한다. 많은 공공공기관은 경영평가가 나빠도 성과급 잔치를 하지 않는가. 그래서 공공기관을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고 하는 것이다.
 
  국민의 부담을 늘이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도 다시 검토할 일이다. 민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까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는 건 축구선수들이 골을 넣지 못한다고 심판이 골을 넣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이지 못하는 건 각종 규제와 강성노조, 고비용 등 요인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닦달하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꺼린다.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뛸 수 있게 멍석을 펴는 일이다. 다른 사정은 그대로인데 정규직만 채용하라고 하면 신규 채용은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바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지난 2015년 영국 총선에서 복지 포퓰리즘으로 자멸한 노동당의 당수이자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는 “좋은 일자리를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일자리 창출 기업들에 적대적이었다”고 반성했다. ‘유럽의 병자’ 독일이 고용을 늘이고 성장을 이룬 요인은 노동개혁이었다. 좌파 사민당 슈뢰더 총리는 정권을 잃는 걸 무릅쓰고 노동개혁을 밀어 붙였고 정파가 다른 기민당 메르켈 총리는 전임정권의 개혁방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오늘의 강한 경제를 이룬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공공부문 일자리 늘이기 등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려고 성급해 할 필요는 없다. 국민은 5년 뒤 박수 받고 떠나는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고 이해(利害)가 엇갈리고 찬반이 따르는 국정과제를 조정하고 설득하며 추진하는 지도력도 보고 싶은 것이다. 노조를 설득해서 노동개혁을 서둘러야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일을 할 수 없다면 어떤 정부가 할 수 있겠는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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