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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과 국민연금
봉이 김선달과 국민연금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7.03.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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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삼성에 휘말리더니 이번엔 대우조선에 물리나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매월 월급명세서를 보면 세금과 함께 빠져나가는 국민연금 납입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안다. 60살이 넘으면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내지 않아도 되지만 국민연금 납임금은 월급쟁이들에겐 평생 자신의 피나 살과 같은 존재다. 지난 해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는 총 436만명으로 이들이 수령한 연금액은 17700억원이나 된다.

연금 지급 내역을 보면 고령화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 5년 동안 65세 이상 인구는 1.2배 늘었지만 국민연금 수급자는 1.7배 늘었다고 한다. 고령자 수급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납부해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고, 20년 이상 가입할 경우 월평균 약 88만원 연금을 타고 있다.

지금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풍요한 노후보단 불안함이 엄습하고 있는 시대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행태를 지켜보면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차오른다.

국민연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해 손실 끼치고 '여론 뭇매'

우선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지원해 손실을 끼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계열사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이를 청와대에 청탁하는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외압을 받아 삼성의 합병을 찬성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부장은 1000억원의 손해를 입힌(배임)혐의로 재판 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합병 무효 청구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총괄하는 사령탑 인사가 문제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3년 말 하나금융그룹에서 퇴임해 사실상 1년 이상의 취업공백이 있던 홍완선씨를 본부장에 앉혔을 때가 대표적이다.

그가 정권의 실세이자 아직도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최경환 국회의원의 고교 절친이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2015년 말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뜬금없이 산하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또 두 달 넘게 공석이던 기금운용본부장 자리에는 이듬 해 2월 강면욱 메리츠자산운용 전 고문이 선택됐다.

이 직책에는 겉으로는 공모를 거쳐 십수 명의 쟁쟁한 지원자가 나섰다. 그런데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잘 알지 못하는, 2년 공백이 있던 인물이 발탁됐다. 알고 보니 그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돈먹는 하마’로 불리는 대우조선의 운명은 지금 사실상 국민연금의 손에 달려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1조5000억원 가운데 국민연금은 38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채무조정안은 회사채의 절반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절반은 만기를 3년 연장, 금리도 3% 이내로 낮추는 안이다.

대우조선 운명, 국민연금 손에.. 결정  따라 회사 '사활' 좌우

이에 찬성할 경우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으로 부실기업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했다가 문형표 전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최순실 사태로 명예가 땅에 떨어진 국민연금이 다시금 시험에 들고 있다. 그들이 입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대우조선의 사활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여전히 어정쩡한 태도다. 그들은 애초 대우조선 회사채에 조기상환 청구를 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KDB산업은행의 요구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이 약정한 부채비율이 초과한 것을 이유로 채권 원리금 상환이 가능했는데 이를 두고 본 셈이다.

그렇다면 금융위원회와 그 산하기관인 산업-수출입은행은 지금 국민연금을 두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과 기업어음 2000억원을 가진 채권자들에 고통을 분담해달라며 절반은 상환유예를, 절반은 주식전환을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불가하다면 법정관리(P플랜) 형태로 90%의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고 아예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다.

대우조선의 회생 국면에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추가 자금 지원을 찬성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찬성할 경우 국민 혈세로 부실 기업을 살리는데 지원을 하는 등 경제논리가 아닌 정무적 판단으로 기금이 운용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를 인수할 당시 소송으로 투자액 상환이 가능했다. 이 회사에 분식회계 논란이 이미 발생하고 있었던 터였다. 글건데도 이 권리를 포기하면서 동시에 사채권자 집회에서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주식전환을 용인한다면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대우조선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동의하면 또 다시 대규모 기금 손실 불가피

결국 상황을 요약하면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한 360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 허용문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바람에 '국민 노후자금을 대기업 지원에 썼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동의하면 또다시 대규모 기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이 마냥 반대만 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가동하면 투자원금 대부분을 까먹을 수도 있다.이래저래 국민연금으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정작 문제는 RG(선수금환급보증) 등을 포함해 무려 57조원의 뇌관을 만들어놓은 금융위-산은-수은-대우조선이 이를 무기로 민간은행 금융사들과 국민연금을 사실상 겁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태생적으로 국민연금은 연금운용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과 마찬가지다. 즉 보건복지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가 외압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서별관회의를 열어가며 비밀리에 대우조선 지원방안 등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문제를 결정했다. 잘못된 책임은 대우조선 뿐만 아니라 동일인 여신한도를 어긴 국책은행과 그를 부실하게 감독한 공무원들에게 있다. 이들이 오히려 국가경제를 운운하며 당당히 국민들의 노후자금에 양보하라니 기가 찰 일이다.

지난 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잠정적으로 4.75%이다.전년보다 0.18%포인트 높아지긴 했으나 최근 10년 평균수익률은 5.38%, 5년 평균수익률은 5.07%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현재 정부 계산에 따르면 오는 2060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시기까지 최소한 필요한 수익률이 5% 수준 정도이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이 이보다 훨씬 못 미치면서 기금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으로 우려된다.

 출범 30년 국민연금, 정권교체 계기로 책임자 인선방식 및 운용방식 개선 절실 

조선시대 봉이 김선달은 허무맹랑한 수단으로 남을 속여 한몫 챙긴 인물이다. 대동강 물을 자기 것인 양 속여 한양의 한 졸부에게 황소 60마리 가격과 맞먹는 돈을 받고 팔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사익을 챙긴 최순실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었을까. 자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렸다는 점에서는 아마도 그럴 것이다.

조선시대의 대동강 물이 공짜였을 지는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물이 공짜가 아니다. 돈을 내고 사먹어야 한다. 최순실이 눈먼 돈으로 알고 삼성합병에 국민연금 돈을 동원했는 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나마 국민연금 돈이라도 없으면 노후대책이 막막하기만 하다.

대우조선 문제는 '밑빠진 독 물 붓기'나 다름이 없다. 국민연금의 회사채 투자원리금 4000억원 회수문제는 부수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 국민들은 이를 포함해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상황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는 국민연금이 탄핵정국과 정권교체를 계기로 뭔가 책임자 인선방식 및 운용방식의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언론인/자유기고가(언론학박사)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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