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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과 주형환
임종룡과 주형환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03.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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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구조조정 엇박자 왜 이럴까?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기자] 지금은 탄핵으로 파면된 신세지만 박근혜 정부 초기만 해도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는 지고 EPB(옛 경제기획원)가 뜬다’는 말이 나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재무부 출신이 요직을 차지했던 이명박 정부 때와는 달리 경제관료들의 중심축이 현오석 경제부총리, 조원동 경제수석 등 EPB 출신이 약진했다.

기획원 출신 인사들의 응집력은 재무부 출신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 모피아라고 불릴 만큼 재무부 출신들은 대단히 끈끈하고 결속력이 강하다. EPB는 기획, 모피아는 실무에 강점 흔히 EPB로 불리는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들은 박근혜 정부 초기 모피아의 최대 라이벌로 꼽혔다.

대우조선해양 회생 방안을 둘러싸고 기업 구조조정 사령탑인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산업정책 수장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갈등을 빚고 있다. 두 사람 간의 대립이 오히려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최대 암초란 말이 나온다. 대우조선이 무너질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손실이 금융위에서 추산한 59조원이 아니라 최대 17조6000억원에 그친다는 내용을 산업부에서 내부 문건으로 작성해놓고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그러면서 이들 간의 불협화음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 엘리트 관료다. 임종룡 위원장(58·행시 24회)이 나이와 행시 기수 모두 2년 선배다. 기재부에서 같은 국, 과에서 일한 적은 없다. 두 사람은 지난 해 10월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를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냈다. 당시 보고서 초안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운 상황을 전제로 했다. 금융위에서 반발하면서 문제가 됐다. 산업부는 금융위와 달리 "대우조선이 독자 생존 능력이 없다"는 맥킨지 보고서 초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사람은 계속 반목하고 있다.

금융위는 불쾌한 표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내 회의 과정에서는 그런 내용을 한 번도 거론한 적이 없다"면서 "대우조선 부실 지원 문제가 불거질 경우를 대비해 우리는 반대했다는 '알리바이'용으로 만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피해 규모에 대한 논쟁이 붙지 않아 일부러 그 문제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가) 방향을 정해놓고 따라오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할 게 아니라 서로 터놓고 다양한 견해를 의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경제 현안 점검 회의'는 과거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대체한 것으로 사실상 대우조선 지원 방안이 결정된 자리다. 참석 대상은 유일호 부총리, 임종룡 위원장, 주형환 장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7명이었다. 주 장관은 이날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참석을 이유로 혼자 불참하고, 차관을 대신 보냈다고 한다.

임종룡-주형환. 두 사람은 일하는 스타일부터 개인적 성향까지 모든 것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재부 출신이면서도 임 위원장이 원래 재무부인 반면 주 장관은 EPB 출신이다. 하지만 1994년 12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되고 재정경제원이 발족하면서 모피아와 EPB를 무 자르듯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EPB는 기획과 예산을 다루다보니 학자들처럼 토론을 즐기고 넓은 안목으로 경제를 본다. 반면, 금융과 세제가 주종목인 모피아는 실무에 강하다. 행동력이 있고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

이번 사태를 두 사람은 원래 출신이 기획원과 재무부로 갈린다는 점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경제관료의 양대 축인 EPB와 모피아는 성향이 전혀 다른 조직이다. EPB와 모피아의 조직 특성은 “경제기획원이 하늘을 볼 때 모피아는 땅을 살핀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개발경제 시대부터 두 기관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면서 한국경제가 발전해 온 사실을 여기서 알 수 있다. 지금은 국가적 위기다. 중차대한 이번 대우조선 처리 문제가 옛 기획원과 재무부 출신 관료들의 반목과 갈등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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