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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판 ‘대원군(?)’..물러난 한동우 회장 ‘섭정 경영’하나
신한금융판 ‘대원군(?)’..물러난 한동우 회장 ‘섭정 경영’하나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7.03.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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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설관’식 고문 취임..조용병-위성호 내정 이어 '라응찬 인맥' 부활 눈에 띄어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기자] 한동우 신한금융회장이 23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회장 이취임식에서 "1982년 2월 22일 설립사무국을 시작으로 오늘 이임식까지 신한에 몸담은 시간을 계산해 보니 정확히 35년 1개월이 지났고"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출범하는 신한은행에 합류한 이후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왔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밝혔다. '35년 신한맨'으로서 퇴임하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전한 일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인 셈이다.

한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일어난 신한사태 직후 회장을 맡아 후유증을 치유하고 CEO승계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사과정에서 비교적 외풍 등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의 ‘1등 금융그룹’ 입지를 다지는 데도 공헌했다. 신한금융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2조 원을 넘는 순이익을 내며 9년 연속 금융지주 선두를 유지했다.신한금융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재일교포 주주들과 깊은 친분을 맺고 있는 만큼 조 회장과 재일교포 주주들의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조 회장은 아직까지 재일교포 주주들과 그다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한 전 회장이 앞으로 신한금융그룹의 고문을 맡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룹 경영전반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역할로 신한금융그룹이 고문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그가 퇴임한 뒤 신한금융지주 고문을 맡아 어떤 역할을 맡을까.

주요 경영진들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하며 신한금융의 원활한 경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조용병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우에 따라 왕조시대에 어린 왕 대신 의사결정을 해주는 대왕대비의 '수렴청정'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3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되면서 한 전 회장은 6년 만에 신한금융 회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주주총회를 마친 뒤 “이제 물러나지만 주주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평생 간직하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한 전 회장이 6년 임기동안 신한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새로 꾸려진 신한금융의 주요 경영진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현재로서는 한 회장이 고문을 맡더라도 당장 권력분쟁의 소지를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신한사태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 전 회장은 신한금융 주주들에게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그는 “새로 부임하는 조 회장은 리더십과 통찰력을 갖춘 훌륭한 경영자”라며 “재일동포 주주들의 모국 사랑에서 시작된 신한의 성공역사가 조 회장 중심으로 한차원 더 높게 쓰일 수 있도록 신한금융과 신임 회장에게 큰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 전 회장은 “후배들이 부담을 지니지 않도록 경험을 나눠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만 고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현 상황을 보면 한 전 회장의 의도와 상관없이 ‘조용병 체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조 회장과 위 행장, 재일교포 주주 측의 사외이사 등 주요 경영진들을 잇는 역할을 한 전 회장이 맡으면 조 회장이 신한금융 전체를 주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 회장은 재임중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후임 조용병 회장 인사를 담당했다”면서 “신한 체제의 사실상 '상왕'으로서 후원자를 자처하는 만큼 그의 역할 여하에 따라서 조용병 회장의 행보와 운신에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사실상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받은 데 따라 앞으로 신한금융 지도부는 거액의 스톡옵션 부여 등 후속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 전 사장측이 명예회복을 위한 반발과 법적인 대응이 뒤따를 수도 있다. 신한사태 해결의 담당자였던 한 전 회장이 그룹 안애서 아직도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뒷전에서 조 회장을 컨트롤하는 ‘섭정’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또한 한 전 회장이 자신의 퇴임 결정 후 시행한 최근 일련의 인사에서 과거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회장 라인이었던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중용됐다는 점에서 라응찬-한동우-조용병-위성호로 이어지는 다단계 세습경영을 하는 것에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 회장의 역할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은 그가 퇴임한 뒤에도 고문을 맡아 신한금융과 관계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이 고문 자리를 만든 것은 처음인 데다 국내 역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퇴임한 뒤에도 고문으로 활동하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같은 관측은 특히 ‘신한금융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일본에서 나온다’라는 소문과 연관이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마치 신한금융에도 ‘최순실’과 같은 비선 실세가 있다는 얘기다. 한 전 회장은 지난 달 15일부터 2박3일 동안 조용병 차기 지주 회장 내정자와 위성호 신임 신한은행장을 대동, 일본 도쿄와 오사카로 날아가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났다. 업계에서는 "충성 서약을 하러 간 게 아니냐"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현재 신한금융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 BNP파리바 등이다. 하지만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한 재일교포 일부 소액주주 집단이 경영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특히 회장·은행장 인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한다는 얘기까지 파다하다.이들 소액주주 집단의 보유 지분은 전체의 15~20%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러 명이 낮은 비중으로 주식을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어떠한 청와대 직함도 가지지 않았기에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권력을 휘둘렀던 최순실 얘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제 신한금융 고문으로 물러난 한동우 전 회장은 퇴임 이후의 계획에 대해 “앞으로 고문으로 있으면서 교포 주주들이 어떤 점을 걱정하시는지를 후임자에게 조언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조언이 자칫 후임 조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도 있는 대목을 암시하는 것이다.

다만 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 전 회장이 자신의 은행생활이 명예롭게 기억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신한사태와 같은 권력분쟁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조용한 처신을 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은 은행과 카드, 증권 등 38개 계열사에 2만5000여명 직원을 거느린 대형 금융그룹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일교포 대주주들에게 그토록 특별하게 대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나 신한금융이 그동안 재일교포 주주들과 관련해 보여 온 사대주의적-‘조공(朝貢)’식 인사 행태를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한다”면서 “신한금융이 이제는 모든 걸 바꾸고 , 투명하고 당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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