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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우상’ 박현주 회장 성공신화와 금융인의 양심
‘샐러리맨 우상’ 박현주 회장 성공신화와 금융인의 양심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03.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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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72 ABS, 미래에셋대우 20억 과징금 '대망신'..“‘불통 경영’이 문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기자]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자본시장의 개척자’ ‘최고의 금융전략가’라 불리는 금융업계의 독보적인 CEO이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월급쟁에 불과했던 박 회장은 다른 기업인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쓴 인물이다.

박 회장은 국내 최대의 ‘비(非)상장사 부호’다. 그가 1997년부터 설립한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사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이나 코스피에 상장하지 않은 비상장사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8.63%,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48.63%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들의 공시 등을 통해 집계한 최 회장의 자산은 대략 3조6407억여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4조6841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7조3434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6조6027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4조8865억원)에 이은 국내 5번째 부호가 됐다.

박현주 회장 야심찬 초대형 해외부동산 투자 - '랜드마크72의 저주'?

박 회장은 최상위 부호 5인 중 유일한 ‘자수성가형’ 부호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과 서경배 회장, 정몽구 회장 등은 ‘2세 경영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3세 경영인‘으로서 모두 ‘상속자’(가업승계형 부호)들이다.

박 회장은 국내에 ‘공모 펀드’라는 새 투자 장르를 선보이고 유행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지난 2006년 중국 상하이에서 매입한 미래에셋상하이타워를 시작으로 호주 시드니 포시즌호텔,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과 시애틀 아마존 본사 사옥 등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열올려 왔다. 2015년 10월 서울 광화문에 개관한 포시즌스호텔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소유다.

그런데 이번엔 '랜드마크72의 저주'인가.

박현주 회장의 혁신 상품이라던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이 결국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게 됐다. 공모펀드 판매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 형식으로 ‘꼼수’ 판매를 하다가 공시위반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20억원을 내게 됐다.

지난해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면서 공모형 상품을 마치 사모형 상품인양 투자자를 모집한 미래에셋대우에 이처럼 법정 최고금액이 확정됐다. 이와는 별도로 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징계절차도 이뤄질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제4차 정례회의를 열고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으로 미래에셋대우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을 기초로 ABS를 사실상 공모형태로 발행했음에도 사모인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미래에셋 "증권신고서 필요 없어" vs. 금융위 "사모 상품을 공모 상품으로 팔아" 

미래에셋대우는 자신이 보유한 베트남 소재 랜드마크 72빌딩 관련 3000억원의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기 위해 작년 6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총 771명에게 같은 종류의 유동회사채(ABS) 2500억원에 대한 청약을 권유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모의 경우 49인이하에게만 청약을 권유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는 엘엠제일차(주)부터 엘엠제십오차(주)까지 15개의 유동화 회사를 설립해 SPC당 49인씩 청약 권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사모상품으로 볼 수 있어 증권신고서 제출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금융위는 “15개 유동화 회사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총 771인에게 같은 종류의 유동회사채 취득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15개 유동화 회사들이 형식적으론 다른 회사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청약 권유를 한 곳은 미래에셋대우 한 곳이란 해석이다.

이 회사는 합병 전인 지난해 7월 개인투자자 500여 명에게 베트남에 있는 랜드마크72 오피스 빌딩을 근거로 한 ABS를 사모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 상품은 만기 6개월에 연 4.5%의 수익률을 확정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출시 이틀 만에 2,500억원어치가 모두 팔려나갔다.

증권사가 이자 지급을 보증하는 선순위대출 ABS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박현주식 혁신 상품’이라면서 치켜세우기 바빴다. 하지만 사모 상품을 꼼수를 부려 공모로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현주 회장의 혁신은 빛이 바랬다.

공모 방식으로 ABS 발행시 증권신고서 제출-신고의무도..이를 피하려 '꼼수' 의혹

사모상품은 원래 개인투자자 49명까지만 모을 수 있다. 미래에셋은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를 15개나 만들어 투자자를 유치했다. 공모 방식으로 ABS를 발행하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품 운용 전략 등이 바뀌면 신고 의무도 생긴다.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결국 이 상품은 지난 해 10월 금감원 국정감사장에서까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월급쟁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애매한 사항을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박 회장이 직접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미래에셋대우의 기관 및 임직원 징계절차에 착수한다. 미래에셋대우가 이미 법정 최고액인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은 만큼 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강도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래에셋대우가 고의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란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미 법 위반을 한 관련 임직원들은 퇴사한 상태다. 따라서 제재 실효성이 떨어지지만 다른 회사 이직 시에도 임원 승진 등에선 제한을 받을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 가지 행위에 대해 이미 과징금을 부과 받았기 때문에 기관이나 직원에 대한 징계 강도가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직원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엔 타 회사로 옮겼더라도 임원 승진 등에서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랜드마크 72 빌딩 박현주 회장 의지 많이 작용..명성-이미지에 큰 타격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쓴 저서의 제목이다. 박 회장은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탄생시키며 대한민국 펀드의 역사를 창조한 투자승부사.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해외 금융 수출'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최고의 금융전략가로 호평을 받았다.

미래에셋 창업 10년 만에 자산규모 7000배 성장, 조직규모 1200배 확장시키며 단숨에 업계 리딩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투자할 때마다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며, '금융에 강한 대한민국'을 만든 그가 최초로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증시 파워맨 1위, 가장 닮고 싶은 금융 CEO 등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감추어진 박현주 회장의 돈과 투자철학이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평소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 경영스타일이다. 한가지 목표를 달성해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끊임없이 도전한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고도의 전략을 사용해서 전진하는 방식이다.

베트남 랜드마크 72 빌딩에 선순위대출과 전환사채 형태로 총 4000억원 규모의 투자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당시 베트남 투자확대를 주문한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많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음에 따라 그가 즐겨 말하는 ‘돈과 인생이야기’에도 흠과 그림자를 남겼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주요 부동산 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은 투자 결정 이후 이 빌딩의 채권을 상품화해 개인 고객에게 팔아 이득을 챙겨왔다.이를 답습한 랜드마크72 빌딩 사건은 결과적으로 화려했던 미래에셋그룹과 박 회장의 명성과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큰 타격을 주고 말았다.

"돈만 벌면 된다"는 변칙-반칙 재벌관행 답습.."당국, 미래에셋 강력히 처벌해야 "

일각에서는 박현주 회장을 정점으로 한 미래에셋의 무리한 확장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월 2일 합병과 동시에 전산사고를 일으켰다. 전산사고 이후의 수습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이 빠른 통합만을 다그치면서 세밀한 부분을 챙기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피인수된 대우증권 직원에 대한 위로금 지급 거부, 일방적인 직급체제 변경 등 박 회장의 ‘불통(不通) 경영’이 자기자본 6조7,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1위 증권사 위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시장을 기막히게 읽어내는 박 회장만의 탁월한 투자감각이 한 때 빛을 발했으나 랜드마트 72 사건으로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르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그가 타고난 경영후각으로 일찌감치 부동산에 꽂혀 광폭 행보를 보였으나 결국 변칙과 반칙을 하다가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신흥 금융재벌로 급부상한 미래에셋그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과거의 구태의연한 재벌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앞으로 신뢰를 먹고사는 금융인의 양심과 윤리를 되찾아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미래에셋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치 말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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