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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채무자 100만명 시대…평균이자율 '2279%' 불법 사금융 악순환
고위험 채무자 100만명 시대…평균이자율 '2279%' 불법 사금융 악순환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03.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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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여파로 대부업 불법채권 추심 폭증세..중·저소득층 향한 '악마의 유혹'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기자] # 전라북도에서 자영업을 하던 정모(40대·여)씨는 2010년 사채업자 한모씨와 4000만원가량의 일수거래를 시작했다. 매일 갚아나가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시작한 거래였다. 하지만 장사가 안 돼 일수가 몇 번 밀리자 갚아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년 동안 일수업자에게 송금한 금액만 2억여원.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정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에야 불법 사금융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국내 금융기관 5곳 이상에서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가 지난해 말 현재 1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던 저신용자들의 연체가 늘면서 대부업체들의 불법 채권추심이 폭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간의 경기불황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의 지속으로 사실상 사기나 다름없는 불법 사금융 거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위험 채무자가 양산되고 이들이 불법 사금융의 덫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의 여신이 대부업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업체의 급증하는 불법채권추심 건수가 2금융으로 분류되는 카드사나 저축은행의 급감 추세와 대조를 보여 주목된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5년간 대부업체 불법 채권추심 적발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7월 25일까지 금감원이 관할 지자체의 의뢰로 불법 채권추심을 조사해 적발한 건수는 총 174건에 이른다.

적발 건수는 해마다 늘어 2012년 13건에 불과했던 대부업의 불법 채권추심은 2015년 66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의 경우, 7월 25일까지 적발 건수는 49건이지만, 검사 후 결과에 따라 수치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신고제인 대부업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관할 지자체가 조사를 실시하고 제재조치를 내린다. 그러나 자산 규모가 크거나 민원이 급증한 업체 또는 단순 대부업을 넘어선 불법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해선 지자체가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다.

양적으로는 전체 불법 채권 추심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금감원의 적발 건수 폭증은 질적인 측면에서 대부업의 불법 채권추심 빈도가 한층 더 악화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문제는 불황을 틈타 기승을 부리는 불법 사금융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사법당국(171건)과 소비자(139건)로부터 의뢰받은 총 310건의 불법사채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평균이자율이 2279%로 집계됐다.

총대출원금은 76억원, 1인당 2452만원꼴이었으나 상환 총액은 119억원에 이른다. 대출유형으로는 일수대출이 139건(44.8%)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용담보대출(30.3%), 급전대출(24.8%)이 뒤를 이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매일 돈이 들어오는 자영업자의 경우 일수 대출의 유혹에 더 취약하다”며 “자칫 실적이 부진해져 며칠이라도 못 갚으면 빚이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10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불법 사금융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약 43만명이 총 24조1000억원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10조5897억원 수준이던 이용 총액은 1년 새 갑절 이상 늘어났다. 이용목적은 사업자금(48.8%), 가계생활자금(35.9%) 순으로 높았다.

금융소비자들이 불법 사금융의 늪에 쉽게 빠지는 이유로는 복잡한 이자 계산도 꼽힌다. 대다수 소비자가 월 이자만 적혀 있을 경우 이를 연이자로 착각하거나, ‘꺾기’ 관행을 모른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적발된 한 불법 IT전당포에서는 하루 이자를 10%로 내세웠는데, 이를 연으로 환산하면 3000%가 넘어간다는 것을 간과한 고객들이 많았다.

법정 금리 이상의 금리를 강요받으며 불법 채권추심을 당하고 있다면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피해신고센터(1332)에 즉각 신고하는 것이 좋다. 또 대부금융협회는 불법 사금융 피해구제 및 처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부터 ‘이자율 계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중채무자를 소득과 연결해 보면 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이 확실해진다. 이들 대부분이 경기 침체기에 취약해지기 쉬운 중·저소득층이다. 경기가 침체될 경우 돈을 벌어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상환 능력이 낮은 다중채무자들 가운데에선 은행을 이용하지 못해 2금융권에서 소액으로 반복해서 돈을 대출받다가 채무 규모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커진 경우도 적잖았다. 금융기관 7곳에 4400만 원의 빚을 져 신용회복위원회의 문을 두드린 김모 씨(38·여)가 대표적이다.

그는 운영하던 키즈카페가 문을 닫은 뒤 빚 부담에 시달렸다. 김 씨는 “세탁소 일을 시작했지만 아이를 키우며 빚을 갚는 게 쉽지 않았다. 저축은행, 카드론, 햇살론 등에서 수백만 원씩 빌려 ‘돌려 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5대 금융악 및 3유·3불 불법금융 척결 특별대책'을 발표한 후 불법금융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불법 사금융 증가 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5대 금융악'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불법 사금융·불법 채권추심·꺾기·보험사기를, '3유'는 유사수신·유사대부·유사투자자문을, '3불'은 불완전판매·불공정거래·불법행태를 각각 의미한다.

금융전문가들은 당장 다가올 미국 금리인상 변수를 우려한다. 이달부터 미국이 수차례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 금리가 함께 올라 다중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가처분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내수 부진과 신용불량자 증가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금융행위를 "서민들에게 경제적인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희망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근절돼 할 사회악"이라며 △고령층 등 정보취약계층 대상 특별예방홍보 △유사수신행위법 개정 △대포폰 근절 등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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