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장 취임 앞서 '원죄(原罪)' 털고 가야
인간은 세례성사를 받을 때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유혹에 빠지고 죄를 지을 수도 있다. 고해성사(告解聖事)는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의 은총을 받는 예식이다. 카톨릭 신자가 자신이 지은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면서 사제를 통해서 한다.
지난 2010년 9월 국내 굴지의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이른바 ‘신한사태’라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신한 사태는 이 때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드러난 경영 내분을 말한다.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신 전 사장에 대한 배임·횡령 등 대부분 혐의는 2심까지 무죄를 받았다. 은행 주변에선 그동안 '윗선'의 불법 행위를 감추고자 이들이 신 전 사장을 거짓 고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 사장을 밀어내기 위해 시작한 소송전은 신 사장이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 처분을 받은 가운데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겨 놓은 상태다. 신한금융그룹이 7일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 수장으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낙점했다. 신한사태 당시 위 사장은 신한지주에서 홍보담당 부사장을 맡아 라 전 지주회장 편에 섰던 인물이다.
위 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신한금융에서만 일한 정통 ‘신한맨’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행장 선임 과정에서 다시 불거진 신한사태의 ‘원죄(原罪)’를 숙명적으로 안고 있다.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는 최근 위 내정자를 위증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는 “과거 신한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위 내정자를 검찰에 고발한 내용에 대해서는 신한은행 준법감시인을 통해 설명을 듣고 논의 후에 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될 사항이 아니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사태와 무관한 화합형인 조 행장이 차기 회장이 됐으니 신한은행장은 철저하게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선임돼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 내정자가 신한은행 행장에 취임하기에 앞서 털고가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이 금융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비록 6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은행 주변엔 신한사태의 상처와 앙금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널려있는 탓이다. 위 내정자에 대한 반대여론이 너무 높아 신한금융그룹에서 다시금 지난 2010년 ‘신한사태’의 내홍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적지 않다.
아직까지도 신한사태에서 신상훈 전 사장의 경우 위 사장을 포함한 라응찬 전 회장 사람들이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는 바람에 재판정에 섰다가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금융계에 적지 않다. 신한사태에서 라 전 회장의 측근으로 신한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위 사장이 행장에 취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 사장은 신한사태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일류은행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인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정의연대가 위 사장을 위증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밝힌 혐의는 두가지이다. 위 사장이 지난 2010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신한 사태를 기획·실행하고, 검찰 조사와 법원에서 위증하고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다. 야당에서도 위 사장을 부적절한 신한은행장 후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죄를 지은 신자가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올 수 있는 예식이 바로 고해성사이다. 이를 통해서 죄 때문에 받을 벌을 면제해 주고, 죄의 유혹과 싸워 이길 힘을 키워 준다고 가톨릭은 가르친다. 그렇다면 위 사장은 취임 전에 신한사태에 대한 고해성사 또는 양심고백이라고 한 번 쯤 해야 한다. 그것이 적게는 신한사태 때 직접적으로 상처와 피해를 입은 사람들, 크게는 신한은행의 신용과 신뢰를 믿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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