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오른 194만원..단기 악재보다 반도체 호황 따른 실적개선 호재가 힘 발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벌 총수로서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12일 깜짝실적과 장밋빛 반도체 전망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6% 오른 194만원으로 마쳤다. 이는 장중과 종가기준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삼성전자는 개장과 동시에 약보합세를 보였지만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줄곧 190만원대 이상에서 거래됐다.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20%대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는 소식에 혼조세를 보이다가 오후 들어 급반등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 의혹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이날 오전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특검수사라는 단기 악재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삼성전자의 실적개선이라는 호재가 더 힘을 발휘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9조2천억원의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한 지난 6일부터 닷새째 상승세다.이번 실적은 2013년 3분기 10조2천억원 이후 가장 좋았다.
이런 실적호조를 이유로 맥쿼리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을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최대 250만원까지 올려잡았다.
기관과 외국인이 모두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수주문이 몰렸다.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등에서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외국인과 기관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율은 전날 50.87%에서 50.89%로 소폭 올랐다.
증시 관계자들은 삼성전자는 이미 지배주주의 거취와는 상관없이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회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소식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특검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해 최순실 모녀에게 지원을 했다고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실적은 흔들림없이 잘 나올 것이고, 주가에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삼성그룹이 비자금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던 때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특검 논의가 시작되던 2007년 10월부터 특검이 확정됐던 2007년 11월 17일까지 삼성그룹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당시 상장돼 있던 24개 삼성그룹주 중 22개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57만5000원에서 54만1000원으로 5.9% 하락했다.
일부 증권사 트레이더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낙관을 이끄는 데 이재용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고, 그만큼 상징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주가에 별 타격이 없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이들은 “2007년 당시엔 삼성전자란 회사의 글로벌 신인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떨어졌던 것이라 상황이 좀 다르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요인이 낙관적인 반도체 사업부문의 실적 전망에 있다고 보고 있다. 200만원은 거뜬히 넘을 것이라고 보는 증권사들이 많다. 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이 지난 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덕이다.
당장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앞다둬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00만원 이상으로 올려잡았다.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00만원 이하로 잡고 있는 곳은 신영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세 곳 뿐이다. 가장 목표주가를 높게 잡은 곳은 SK증권과 케이프증권이다.
두 증권사는 지난 9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50만원까지 올려잡았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D 낸드는 이미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했다”며 “올해 45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펀드수익률을 관리하려는 펀드매니저들이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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