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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바늘로 코끼리 드는 경제실험'
'낚시바늘로 코끼리 드는 경제실험'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6.12.3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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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암울한 한국 경제..금융정책과 재정정책 사이의 선택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통화 정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 재정 정책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부의 내년 예산은 완화적이지 않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얼마 전 출입기자단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30여분의 발언 시간 동안 12차례나 재정을 언급하며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강조했다. 닷새 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폴리시믹스’(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의 조합)를 언급하며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날 이 총재의 모두 발언과 질의응답을 분석한 결과 통화’(10)보다 재정’(12)을 더 많이 썼으며 중앙은행’(8)보다 정부’(9)를 더 많이 언급했다. 이는 정부가 통화 정책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재정 정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 줄 것을 강조한 셈이다.
 

특단의 조치 없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진부한 재정 당겨쓰기’가 주요 내용

 
연말이 되자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보다 0.4%포인트나 낮춘 2.6%로 전망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상,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정책의 불확실성과 함께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경기의 방향을 되돌릴 만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꺼낸 유일한 카드는 213,000억원 규모의 재정보강이다. 이른바 재정 당겨쓰기. 현 정부 들어 사실상 매년 반복된 진부한 카드다. 정부는 이번 재정 보강 등으로 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말 그대로 위기(危機)’. 정부가 재정과 정책금융 등 동원 가능한 돈을 모두 끌어다 쓴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경기위축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년 우리 경제가 2% 성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조기 추경 편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재원은 싹싹 긁어모은 것 같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내년 초 경기가 고꾸라지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2017년 우리 경제의 성장전망은 매우 암울하다 대외 리스크가 커질 경우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만일 정부가 내년에 재정 보강 등을 통해 2%대 성장을 지켜낸다고 해도 우리 경제는 20152.6%, 올해 2.6%에 이어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게 된다. 3.3% 성장한 2014년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5번째 2%대 성장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양날의 칼'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위기시점에 절실한 것은 적극적인 재정정책"

 
어느 나라나 정부의 경제정책은 크게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으로 나뉜다. 재정정책은 국가가 일종의 기업으로서 국민의 세금을 자본금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금융정책은 직접적인 시장개입 없이 통화량과 이자율 등을 조정, 간접적으로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조절하려는 정책이다. 서로가 '양날의 칼'이다. 일반적으로 프리드먼(Friedman)을 맹주로 하는 통화주의 경제학자들은 금융정책이, 케인즈(Keynes)를 맹주로 하는 케인지안들은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최근의 위기시점에 절실한 것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미국정부가 1929년 대공황 이후, 도로, 항만, 댐 등에 대한 재정투융자를 통해 고용을 확대하고 소비를 증진시키던 케인지언 재정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정정책의 방법도 감세를 통한 간접적인 경기부양보다, 정부가 총대를 메고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재정 조기 집행과 추경 편성은 사실상 올 9월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재정은 재정대로 갉아먹고 경기는 못 살리는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400조원 이상 편성했지만 올해 추경 대비 0.5%포인트 밖에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 예년과 비교하면 사실상 긴축인 셈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얼마 전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성장률 등 대내외 경기 여건을 면밀하게 점검해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도 검토하겠다며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내년 1·4분기 경기지표가 나와야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주열 총재 사실상 통화정책 종언 선언.."중앙은행이 경기 살릴 힘 없다는 뜻"

 
국제경제가 정상적이라면 우리는 정부가 돈을 푸는 재정정책보다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전통적인 통화금융정책에 의존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금리인하 결정으로 금융정책은 더 이상 유용한 정책수단이 되지 못한다.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세차례 추가 인상하면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기준금리를 따라서 올려야 한다. 그대로 있으면 그나마 한국에 온 외국자본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어서다. 
 
지금 시장은 한은이 금리인하 조치를 취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하루가 멀게 뛰고 있다. 이자율 몇 %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은 이미 마치 낚시바늘로 코끼리를 들어올리는 것만큼 이나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그래서 케인즈가 투자는 이자율이 아니라 기업의 '야성적 충동(animal sprit)'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는 지도 모른다. 그 요체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기대심리)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탄핵정국 속에서 삼성을 비롯한 유수한 대기업 충수들이 대부분 뇌물사건에 연루, 야성적 충동을 자극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또 한은도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한국에서 금융정책은 이미 정책적 선택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이주열 총재가 이번에 사실상 통화정책의 종언을 선언한 것은 중앙은행인 한은이 사실상 경기를 살릴 힘도 없고, 이제 한국경제를 좌우할 운명의 열쇠를 쥔 손이 자신을 떠났음을 토로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모두를 끌어다가 빨리빨리 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전국적인 고속철 공사나 고속도로, 항만공사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처럼 땅 파는 비즈니스가 고용확대 및 경기활성화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현 상황이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시장질서의 왜곡보다 시장자체의 붕괴를 걱정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 새해 우리 경제는 낚시바늘로 코끼리를 들어올리는실험을 해야 하는 험난한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 (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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