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56)씨를 조사 없이 재판에 넘겼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 가운데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서씨는 일본에 머물며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7일 서씨를 기소하며 297억원대 탈세 혐의를 적용했다. 서씨는 2006년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수천억원의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일본에 체류하며 소환에 불응한 서 씨를 대면조사 없이 26일 재판에 넘긴 데는 만료가 임박한 공소시효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검찰은 서씨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도 동원해 자진 입국과 대면조사를 추진했지만, 비협조로 조사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서씨 측의 '시간 지연' 의도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본다. 결국, 검찰은 서씨의 자발적 협조에 따른 수사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서씨의 주요 혐의 가운데 하나인 증여세 탈루의 경우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일정 부분만 먼저 기소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씨는 탈세 외에도 신동빈(61) 회장으로부터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불법 임대받아 77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은 향후 서씨의 배임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검찰은 서씨의 전체 추정 탈세액 가운데 서씨가 변호인을 통해 탈세를 인정한 297억원만 우선 기소했다. 이 금액은 서씨가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자료에서 인정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통상 조세범처벌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며, 금액이 커 가중처벌될 경우 10년이다. 탈세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10년)가 이날 자정으로 만료될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을 고려해 기소를 서두른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증여받은 지분 가치를 낮게 평가해 탈세액을 검찰 추정보다 훨씬 적은 297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세청과 공조해 일본 롯데의 과세자료를 확보한 뒤 서씨의 탈세 혐의 액수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