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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국정화, 국회가 간섭할 일 아니다
교과서 국정화, 국회가 간섭할 일 아니다
  • 장태평
  • 승인 2015.11.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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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칼럼> 얼마 전 신문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각각 교과서 국정화찬성과 반대 프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이 큰 사진과 함께 보도되었다. 씁쓸하고 정치에 대한 절망감이 들었다.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하여 야당의원들이 철야농성을 하고 집단시위를 하는 등 격하게 반대투쟁을 하였고, 심지어 정해진 국회일정을 거부하였다. 교과서를 국정화하면, 독재와 친일을 미화한다는 때 이른 걱정이다. 이에 대응하여 여당의원들도 결의문을 채택하고 시위를 하였다. 검인정 교과서로는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줄 수 없다는 걱정이다. 국회에서 단정하게 정열하여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 치고 박고 싸우는 옛 모습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참으로 답답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나라의 국회의원들이 이처럼 집단적으로 데모를 하겠는가?

  
먼저 이 사안은 국회가 간섭할 일이 아닌 것이 명백하다. 국회에 관련된 권한이 있으면 그 권한으로 막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시위를 하는 걸 보니 그렇다는 생각이다. 국회는 입법권이 있으며, 여러 방법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정책을 조율할 법적 권한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권한이 없으면, 가만이 있어야 한다. 우격다짐으로 아무 일에나 끼어들면 안 된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만 정부기구이고, 그러기에 법에 할 일들이 정해져 있다. 부분적으로는 정부조직마다 각자 역할이 정해져 있고, 크게는 3권분립이라는 원칙이 있다.

  
만일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국회에 권한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미흡하더라도 그 권한 내에서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기 바란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국민들의 의사를 파악하면서, 조정된 의견을 정부에 권고하면 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하여 설사 옳은 판단을 하고 있더라도 권한이 없는 일에 끼어들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는 모든 것에 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가 개인이나 기업을 무조건 간섭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현대 정치는 통치가 아니다. 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사회적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간섭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것이 정치라고 착각하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의 발전이 무엇인가? 결국은 정부권력(예전에는 왕권이었지만)의 간섭을 제약하는 과정이 아니었는가? 그렇게 생겨난 것이 법치이고 국회이다. 국회도 정부권력이므로 헌법과 법의 규정에 따라 제약을 받아야 한다. 입법권을 남용하여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집단시위를 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일하는 방식에서 국회 특성 즉 근본을 망각한 행위이다. 시위는 힘없는 국민들이 권한 있는 당국에 호소하는 행위이다. 국회는 시민단체가 아니다. 왜 권한도 상당한 국회의원들이 개별적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때를 쓰는가? 그러면서 왜 맡겨진 일은 소홀히 하는가?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 정치는 수많은 의견들을 조율하여 다양한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민의사’라는 컨센서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지금 교과서 국정화로 싸우는 정치권을 보면서 임진왜란 전 일본에 간 우리 통신사에 대한 생각이 아른거린다. 정책임자와 부책임자가 의견이 상반되었는데 그들은 나라를 위한 마음은 같았으리라. 그러나 당파간의 정략이 개입되어 명분싸움이 되면서 전쟁을 막지 못하고 국난을 겪게 되었다. 이처럼 명분을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은 아니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나라를 위한다면서 명분에서 이기기 위해 사회의 온갖 분야에서 걱정을 야기하는 진원지가 되었다. 어느 곳이나 정치가 개입되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국회가 끼어들어 정치화 되었고 문제가 꼬이고 있다. 우선은 정부와 사회에 맡겨두라. 만일 끼고 싶다면, 국회답게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차분하게 근본대책을 찾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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