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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관피아'-'신(新) 정경유착'의 서막
'주총 관피아'-'신(新) 정경유착'의 서막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3.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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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마다 '바람막이'용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대거 선임 '열풍'

 
바야흐로 3월 주주총회 철이다. 모든 주식회사의 경영주체는 주주다. 그 주주가 소유주 수에 따라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주식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기관이 주주총회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대표이사가 그 소집을 공고한다. 정기주총은 결산기가 종료되고 석달 이내에 개최한다. 그래서 해를 넘긴 3월말까지 주총이 집중적으로 소집된다

해 주총에서도 굴지의 국내  건설회사들이 고위 공직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거나, 비슷한 배경의 기존 사외이사를 유임시키고 있다. 능력이 출중하고 덕망있는 인재들을 모시다 보니 공교롭게 공직자 출신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이 크고 작은 외풍에 시달리면서 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바람막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김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거쳐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다.이를 두고 안팎에서는 현재 두산중공업이 처한 상황과 연결짓는 시선이 많다.두산중공업은 현재 원주~강릉 철도공사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림산업은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를, 삼성중공업은 유재한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도 올해로 끝나는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의 사외이사 유임하기로 했다.
 
모두 권력기관이나 규제당국 출신 고위 공직자들로 이른바 '관피아'로 불리는 인사들이다. 건설회사들은 거액의 공사 등 큰일들을 많이 한다. 감독기관인 정부부처들과 연결돼 있고, 공기업과도 일들이 수없이 많다. 관피아 출신이나 요직 사람들 데려다 쓰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세월호 사태 이후 관피아가 퇴조하고 있지만 이들이 역량없는 정치권 낙하산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감안할 때 권력기관이나 규제당국 출신들은 문제점이 많다. 결과적으로 해당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는 탓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의 본질을 맞딱뜨리기 보다는 회피하려고 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저해할 소지가 있고, 정부 입장에서는 정부 규제력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
 
지난 해 9월 열린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현대차가 서울 삼성동 한전 터를 감정가의 3배인 105500억원에 매입하는 것을 승인했다. 정몽구 회장 등 사내이사 4명 뿐만 아니라 강일형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오세빈 전 서울고등법원장이나 임영철 전 공정위 정책국장 등 5명의 사외이사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마침 엔화 약세까지 겹쳐 주가는 석달간 20% 가까이 폭락했고, 현대차 주식을 갖고 있던 많은 주주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아무리 현대차라도 10조 짜리 천문학적인 투자를 결정할 때는 리스크가 따른 법이다.
 
러나 정몽구 회장이 당시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사외이사들은 아무런 상의를 받지 못했다. 견제기능도 못했다. 입찰이 끝난 다음에야 행차뒤 나팔처럼 대주주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주주를 견제하고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가 오히려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재계가 올해도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기업들이 전문성보다는 전직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나 검찰·공정위·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를 속속 영입하고 있는 탓이다.
 
삼성, 현대차 등 10대 그룹이 올해 주총에서 선임(신규·재선임)하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39.5%)이 장차관, 판검사, 국세청, 공정위 등 권력기관 출신이다. 직업별로는 장·차관 등 정부 고위직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12), 공정위(8), 국세청(7), 금감원(2) 등의 순이다. 특히 올해는 장·차관을 지낸 인사가 12명으로 지난해 6명의 두 배에 이른다. 공정거래위 출신도 지난해 3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원래 재벌그룹의 권력기관 출신 선호는 알려진 편이지만 올해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 10대 그룹 93개 상장사의 사외이사들 중 권력기관 출신의 비율이 36%올해 권력기관 출신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기업들이 '바람막이'용으로 권력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는 세무조사가 약해진 탓인지 국세청 출신이 줄고 대신 전직 장·차관들이 많이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올해 10대 그룹에서 유독 거물급 인사가 많이 선임된 것에 대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 법’, 일명 김영란법이 통과된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영란법이 통과되면서 청탁 등의 로비가 제한될 수 있는 만큼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내년 9월부터 시행하는 김영란법을 앞두고 외풍차단을 염두에 둔 재벌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사외이사 선임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의무화된 것은 1998년이다. 기업 오너 일가 및 경영진의 부정부패와 전횡을 방지하고자 1998년부터 상장회사에 한하여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했다.제도의 도입 취지에 비춰볼 때 사외이사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진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제공한다. 동시에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은 견제는 커녕 오히려 사측의 방패막이역할을 해주는데 그치고 있다. 어떤 기업에서든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9~100%대라는 조사 결과는 별로 새삼스럽지 않다.
 
기업 별로는 두산그룹이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권력기관 출신이 88.9%(9명 중 8)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한진그룹은 50.0%였다. GS(40.0%), 삼성(39.3%), SK(35.0%), 한화(33.3%), 롯데(30.8%), LG(7.7%) 등의 순이다.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에서 주목할 점은 공정위 출신을 데려왔을 때 그 기업이 공정위 관련 제재가 걸려 있는 지, 검찰 출신을 데려왔을 때 기업 관련 사건이 있는지 등이다. 만일 관련이 있는 경우 영입된 사외이사들은 로비스트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사외이사가 거수기바람막이를 넘어 기업의 투명성을 가로막는 적폐(積弊)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사외이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 및 선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최근 부쩍 늘어난 권력기관의 사외이사 진출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기업이 사외이사들에게 고액 연봉과 각종 특혜를 주고, 이들은 기업에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이른바 '공생(共生) 관계'가 형성되는 탓이다.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전형적인 권력 유착이다.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기업의 투명성은 높아질 수 없다. 사실 사외이사가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는 커녕 기업들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온 지는 오래됐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당국 어디에서도 사외이사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를 막기 위해 사외이사의 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제 도입은 물론 독일처럼 경영 이사회와 감독 이사회를 분리하는 상법 개정까지 다양한 수단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주총은 바람막이용 고위 관피아 사외이사를 뽑는 들러리 잔치로 격하되고 말 것이다. 나아가 이것이 신(新) 정경유착으로 이어져 건전한 국민경제 육성을 가로막고, 미래의 공적(公敵)‘이 될 지도 모른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
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이사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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