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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걸린 정몽구 부자
'승자의 저주'걸린 정몽구 부자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5.01.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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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땅 매입 후 4개월..현대-기아차 나란히 ‘어닝쇼크’ 수준 실적

 
이른바 승자에 저주에 걸린 것일까. 계속 부진한 주가 흐름을 거듭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지난 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나란히 어닝쇼크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2% 감소한 75499억원에 머물렀고, 기아차 역시 영업이익이 19% 감소하며 2010년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22일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2% 떨어진 168000원을 기록했고, 기아차도 1.9% 하락하는데 머물렀다.
 
이는 부진한 지난해 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도 이유다. 하지만 많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 후 지난 4개월간 주가가 떨어질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주가가 더 이상 실적 악화로 크게 흔들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주는 한전 부지 매입 후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해 9월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강남 최후의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던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전()에서 맞부딪혔다. 대다수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인수 경쟁에서 결국 최후의 승리를 차지한 쪽은 105500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적어낸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이 곳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자동차테마파크 등을 조성해 한국의 아우토슈타트로 만들겠다며 득의양양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치열해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신차나 신기술 개발에만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번 꺾인 현대차그룹주의 약세는 다시 시작됐다. 엔화 약세로 인해 더 이상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경쟁업체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지 못하게 됐고, 야심차게 출시했던 LF쏘나타 등 신차들도 판매량이 저조했기 때문이다.기술력과 브랜드에서 경쟁업체에 밀리는 현대차가 더 이상 성장을 할 만한 힘을 잃고 있다는 경고가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자연히 주가도 연일 약세를 보이며 15만원 초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당황한 현대차그룹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으로 67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까지 발표하면서 주가는 12월 초까지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그러나 계속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화 약세, 브랜드 가치의 하락 속에서 외국인들이 연일 매도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올들어 현대차그룹주는 다시 한번 출렁였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父子)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13.4%를 전날 종가보다 싼 가격에 대량매도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 부자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도했던 이 블록딜은 결국 무산됐지만, 해당기업 주가에 미친 후폭풍은 컸다. 현대글로비스는 13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튿날도 9% 넘게 떨어졌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그룹 오너 일가의 판단에 언제든 계열사들이 지분 대량매각 등의 악재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만 키웠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블록딜 시도가 ‘최고의 악수(惡手)로 남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증시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주가가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배당 확대 정책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해외 공장 증설로 신흥국에서의 판매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대차의 최대 판매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지난해 충칭과 허베이에 새 공장을 짓는데 합의해 앞으로 중국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위기를 딛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명차에 비해 훨씬 뒤쳐진 자동차 연비를 강화하고 변화된 글로벌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획기적인 신차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 이상 환율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위주의 한정된 모델들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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