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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의 확립과 중산층 복원이 핵심
조세정의 확립과 중산층 복원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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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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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증가율 ‘부자의 3배’… 이유있는 한국 중산층의 '분노'

 
최근 2년 사이에 우리나라 중산층의 세금 부담 증가율이 고소득층의 3배나 됐다. 늘어난 세금도 세금이지만 왜 고소득층은 놔두고 왜 중산층만 쥐어짜는 지를 놓고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올해 연말정산 파동에서 유독 중산층의 분노가 컸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며칠 전 통계청의 ‘2014년 가계 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소득 중간층(40~60%)3분위의 2013년 세금 납부액은 평균 101만원이다. 201184만원에 비해 20.2% 증가했다. 반면 최고소득층(상위 20%)5분위의 세금 납부액은 같은 기간 626만원에서 667만원으로 6.5%(41만원) 증가에 그쳤다. 중간층의 세 부담 증가율이 고소득층의 3.1배다. 고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율은 최저소득층(1분위) 증가율 7.7%에도 못 미쳤다. 물론 세금 액수 자체는 소득이 많을수록 크다.
 
하지만 돈의 실질 가치는 부자일수록 작아진다. 게다가 소득 상위 60~80%(4분위)의 세금 증가액은 2년 새 34만원으로 최상층 증가액과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가구주 특성별로 살펴봐도 월급쟁이 가장(家長)의 세 부담이 많이 늘었다. 상용근로자는 2011년 세금을 평균 279만원 냈으나 2013년에는 309만원 냈다. 2년 사이에 10.7%(30만원) 늘었다.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5.1%(11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샐러리맨 소득은 유리지갑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3개월 미만의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자영업자는 연말정산 대상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소득의 절반가량을 숨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등을 통해 파악한 자영업자의 소득적출률(전체 소득에서 숨겨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2013년 기준 47.0%. 소득적출률은 200747.0%에서 201137.5%까지 낮아졌으나 201239.4%로 높아진 뒤 2013년 껑충 뛰었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지하경제 양성화에 총력을 기울였던 해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거나 가짜 세금영수증 등으로 빼돌린 소득은 지하경제로 흘러든다.
 
조세 공평주의는 공평부담의 원칙에 기반한다. 국민은 각종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고 조세부담은 국민이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담세력)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하는 원칙을 말한다. 조세가 국민의 담세력을 무시하고 불공평하거나 무리하게 부과될 때는 국민들이 저항감을 갖는다. 이를 조세저항이라고 한다. 공평부담의 원칙은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정책이다.
 
조세 불공평의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인 근로자와 자영업자 간, 근로자 중에서도 소득계층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번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듯이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분노는 언제든 분출할 수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성과를 평가한 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근로자 세 부담은 어디까지 늘릴 것인지 등을 풀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며칠 전 '부자 증세''중산층 지원' 의지를 발표했다. 지난 20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진행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는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먼저 "몇몇 소수에게만 특별히 좋은 경제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노력하는 모든 사람의 소득과 기회를 확대하는 경제에 충실할 것이냐"라는 물음을 던진 뒤 "답은 자명하다. 중산층 경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산층 세금 인하,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망 확대,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 연간 최대 7일간의 유급 병가 등 중산층 육성을 위한 각종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이에 들어가는 재원은 부자 증세를 통해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상위 1%가 자신들의 축적된 부에 걸맞은 세금을 내는 것을 회피할 수 있게 해 불평등을 초래하는 세금 구멍을 막자. 우리는 그 돈을 더 많은 가정이 자녀 보육이나 교육에 쓰도록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다.
 
중산층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며, 사회 안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계층이다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중산층 경제학(Middle class economics)’을 키워드로 들고 나온 것도 미국의 중산층 붕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중산층 복원의 수단으로 부자 증세를 내세웠다. 중산층의 무상교육과 보육, 복지를 위해 부자들에게 상속세와 자본이득세 등을 더 걷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도 늘 중산층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 심지어 서민층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거둬 나라살림에 쓰겠다는 점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중산층 복원의 요체인 경제 민주화대선 공약마저 지금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 중산층 삶은 24년 전인 1990년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팍팍해졌다. 1990년대 중산층은 주로 외벌이 가구가 많았지만 현재는 맞벌이가 크게 늘었다. 주거·세금·교육 등 고정비 증가로 두 사람이 버는데도 중산층 소비여력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많이 무너졌다. 특히 미국은 80년대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레이건정부 이후 중산층의 몰락이 가속화됐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버블이 걷히면서 중산층이 크게 얇아졌다. 지난해 10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 비율은 200947.4%에서 201142.4%, 201241.3%3년 만에 6.1% 포인트 줄었다중산층 비중이 감소하면서 소득계층 구조가 중간 부분이 두꺼운 마름모형에서 원통형으로 악화됐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소득격차 확대는 빈곤의 고착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경제 발전의 큰 걸림돌이다.  지금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서민들만 쥐어짜는 꼼수식 증세정책은 조세저항의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세율을 올리는 대신 세금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정부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5년간 135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담뱃세, 주민세 인상, 연말정산 방식 개편 등으로 이미 증세는 시작됐다. 세목을 늘리거나 세율을 올린 게 아니라서 증세가 아니라는 정부와 여당 일각의 주장은 실제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국민 개개인에게는 복장 터지게 하는 형식논리일 뿐이다. 조세저항 민심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조세 형평성 문제다. 법인보다 개인의 세 부담을 키우는 흐름이 민심을 한층 더 자극하고 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후 최저인 30%로 떨어졌다. 폐쇄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에 정윤회 문건파동, 그리고 연말정산 파동이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배경이다. 증세없는 복지의 공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다. 우리는 당장 증세를 해야 한다기보다는 누락되는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건 경제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우리는 복지의 허울에 가려진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중산층 복원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을 다시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난 국민은 호랑이처럼 언제 다시 집권자에게 대들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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