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만약 이대로 노조와의 평행선이 지속되고 본인가가 지연될 경우 오는 3월1일 합병은행을 출범시키겠다는 하나금융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세부적으로 통합은행의 명칭과 구조조정 여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여부, 임금 체계, IT 전산통합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점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외환은행 노조가 사측의 일방적인 통합 작업 추진에 반발의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는 탓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을 상대로 합병인가 신청과 합병 관련 주주총회, 직원간 교차발령을 잠정적으로 중지명령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2일 전격적인 본협상 제안에 따라 대화 국면이 재개되자마자 금융위에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제출해 예고된 반발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를 방문, 신제윤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면담이 거부되자 금융위 앞에서 108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국은 당초 노사간 합의가 없이도 통합 예비인가를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노사간 거리는 두 은행과 당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28일 (예비인가 신청을) 승인한다는 것은 억측"이라며 "노조와 사측의 대화 진전 상황도 동시에 살펴야 해 (승인 논의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노사협상 진행 상황이 여전히 승인 변수로 남아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약 2천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을 6급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임금도 정규직과 똑같이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하나금융은 통합 후 한 달 이내에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전환 조건에는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승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두 은행이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