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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금융'의 망령
'그림자 금융'의 망령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12.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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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주범..되살아날까 우려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과 그러한 금융기관들 사이의 거래를 이르는 말이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이나 예금자 보호도 원활하게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시스템적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금융상품과 영역을 총칭한다.

미국 내 그림자금융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막을 규제방안은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칫하면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와 같은 위기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보다 금융시장 통제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준은 헤지.사모펀드, 투자은행처럼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당국의 철저한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에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연준은 현재 가계 및 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제한하는 권한조차 없다.
 
그림자금융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대출을 억제해야 한다. 경기회복이 급한 지금은 취하기 어려운 조치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4월 이전까지는 금리인상이 없다고 밝혔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이달 초 연설에서 "미 정부기관 중에서 당장 제도권 금융 및 그림자 금융의 경영정보에 대해 온전히 접근할 수 있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이같은 제도적 허점 속에서 미국 그림자금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10월 말 국제금융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발표한 '2014 국제 그림자금융 감시보고서'에 따르면 미 그림자금융에 포함되는 자산 규모는 지난 해 기준으로 252000억달러(27500조원)에 이른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이 붕괴되기 직전인 지난 2007249000억 달러 기록을 6년 만에 뛰어 넘었다.
 
WSJ는 연준이 6년 전 사태의 주범을 그림자금융으로 지목했다면서 다른 중앙은행들도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그림자금융 통제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 7월 연설에서 과거 미 금융시장에 대해 "지나친 부채율과 불안정한 단기자금에 대한 의존, 부실한 대출 보험 등이 금융 안정성을 떨어뜨렸다"면서 그림자금융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국에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강화됐던 각종 규제가 느슨해짐에 따라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면서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재무부가 세운 금융연구소는 금융계의 위험도가 낮아졌지만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그림자 금융 부문에서 헤지펀드와 투자기관들의 리스크 높은 대출과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미 의회가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금융회사 로비스트들의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의 움직임이 위험스럽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온다. 지난 2000년대초 및 중반에 소득이 적은 시민들이 느슨해진 신용과 낮은 보증금에 융자 받은 돈으로 주택들을 구입했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수백만 채가 차압되는 일들이 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다.
 
그림자금융의 그림자라는 말은 은행 대출을 통해 돈이 유통되는 일반적인 금융시장과 달리 투자대상의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붙은 것이다. 투자은행헤지펀드·구조화투자회사(SIV) 등의 금융기관과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자산유동화증권(ABS),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금융상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림자금융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요한 자금 조달 역할을 수행해 은행의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투명성이 낮아 손실의 정확한 파악이 어렵고, 자금중개 경로가 복잡해 금융기관 간 위험이 상호 전이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이 그림자금융이 불현듯 되살아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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